교육동행

먼지가 쌓였어요! 2017.12.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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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Andy Shin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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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청소 시간이 되면 몇몇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내 책상 주변을 닦아준다. 그리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더러워진 매직블록이나 휴지를 나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선생님! 왜 이렇게 먼지가 많아요? 먼지맨이에요?”

 

내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청소해줘서 고맙다고 하고 아이들에게 너희 주변이나 청소하라고 돌려보내려하면 아주 큰 목소리로 “NO!”를 외친다. 무언가가 웃겼는지 실실 웃으며 다시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자기들 자리보다 내 자리를 더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내 주변을 청소하라고 한 적도 없는데 왜 아이들은 자기들 자리도 아닌 곳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5가지 사랑의 언어가 떠올랐다. 다대오반에서 한 해를 새로 시작할 때 나눈 주제였다. 아이들이 봉사라는 표현으로 선생님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마음이 뿌듯해지고 위로를 받게 되었다.

 

그럼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보여주고 있을까? 먼저 나의 사랑 언어는 함께하는 시간이다. 나는 가만히 또는 조용히 있더라도 같이 있어주는 것으로 사랑의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교에서 그런 마음을 전달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교사이고 아이들은 학생이어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로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경계선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수학여행은 나에게 좋은 시간과 기회였다.

 

교사와 학생의 경계선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수업이라는 큰 장벽이 사라지니 서로를 더 알아가고 가까워지는 기회가 많았다. 함께하는 것만으로 내게는 충분했고, 이 시간은 내가 받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차례였다. 버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장난도 많이 치고 아이들이 최대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이들이 즐거워할수록 안심이 되었고 내 마음도 즐거웠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돌산공원에서 여수야경을 보러 갔을 때였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두 사진을 찍겠다고 정신없이 다음 장소로 달렸다. “3..2..1 OK! 다른 장소로 가자! 뛰어! 빨리!” 무한반복으로 외치며 우리 모두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매일 일과 속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놀아주지 못해도 아이들이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다. 때로는 혼내기도 하고 잔소리 하듯이 수업을 가르칠 때가 있지만 수학여행처럼 즐거움을 나누려고 하는 마음은 여전히 내속에 있다. 내가 청소를 제 때에 못해 책상 주변에 먼지가 많이 쌓일 때 아이들의 노력으로 내 책상이 깨끗해지는 것처럼 나도 아이들의 부족한 마음을 즐거움과 행복으로 깨끗하게 청소해 주고 싶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고 싶다.

 

나는 먼지맨이 아니다! 나는 청소맨이다!

 

 

Too much dust!

The students criticize me daily during cleaning time. My desk is always cluttered and dust covers every inch of every object. They would come, carrying their cleaning tools, and start wiping away. A single wipe instantly makes the tissue black, and they wave it around in front of me with a disgusted expression. “Mr. Shin! You have so much dust! Are you a dustman?”

Amidst laughter, I thank them for their efforts and try to shoo them away into cleaning their own area, but they protest in a loud voice, “NO!” They snicker and continue to clean my desk. I stare back at them in awe, wondering why they are trying to make my floor the cleanest area, not their own. For the record, I have never told my students to clean my space.

Their actions made me think about the 5 Love Languages Thaddeus class discussed at the beginning of the year. Perhaps, I realized, cleaning for my sake is an act of service to show love and affection towards their teacher. I don’t know whether my thoughts are true, but it warms my heart and I become even more proud of my students.

Then what have I done to show love and affection towards my students? First and foremost, my love language is spending quality time with others. Even though I may say or do nothing, it is my way of expressing love. I am not sure the students know the affection I have for them, because at school our responsibility is to teach and to learn, not to develop a friendship.

The field trip in November became a good opportunity to honestly express myself towards my students. The awkward barrier that exists at school was lifted and helped me get my feelings across. Until now, just by being together in the classroom was enough for me to receive their love. The field trip was my turn to give by striking conversations in the bus, teasing one other, and trying to help them have the best time possible. Their expressions of joy would carry over to my own feelings.

One of the most memorable moments during the field trip was when we went to observe the night lights. Despite the cold weather, we were running around frantically to good spots to take as many pictures as possible. We were so absorbed in the moment that time flew by without any of us noticing.

Although the field trip is over, and once more we sit at our own places at school, I hope my feelings are no longer difficult to spot for the students. There are times when I have to be strict or teach them boring subjects. But my feelings of sharing joy, just like the time at the field trip, has not changed.

I lack the discipline to clean my area regularly, but through the efforts of my students, it remains clean. I won’t be cleaning their floors as repayment anytime soon. Instead, I will wipe the dust in their hearts and replace it with feelings of joy and happiness.

I am not dustman! I am cleanse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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