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동행

두 선생님 2019.11.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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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유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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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원래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여 어느 정도 헤엄을 칠 수는 있지만 제대로 수영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 초보반에서 첫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딱 붙는 수영복과 수모를 착용한 제 모습이 너무 어색하기도 하고 처음이라 긴장이 되기도 해서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는지 빨리 선생님이 오시길 초조하게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초보반 선생님은 첫 인상이 정말 좋았습니다.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하시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을 맞추며 수영을 배우려는 목적에 대해 물은 후 모든 사람의 대답을 다 들으셨습니다. 아무리 작은 동작이라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여러 번 시범도 보여주시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친절한 선생님덕분에 저는 편한 마음으로 수업을 듣게 되었고 무사히 초보반 수업을 완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초보반을 무사히 졸업하고 다음 레벨로 올라가게 되었을 때 마냥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배운 동작을 꾸준히 연습해야 숙달이 되는데, 아직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자신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다음 레벨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두 번째 반에서 만난 선생님은 초보반 선생님과 많이 달랐습니다. 무표정한 얼굴과 반말에 가까운 말투, 질문을 받았을 때 귀찮은 듯이 대답하는 모습....... 그런 선생님의 모습은 저를 더 위축시켰고 저는 배운 동작을 계속 실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제 실수를 지적하시며 “이건 기본이에요.” 라고 툭 내뱉었는데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찔끔 날 뻔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어려운 마음 없이 그 선생님께 수업을 잘 받고 있지만, 여전히 초보반 선생님이 그립기는 합니다. 저는 이번 일을 통해 저에게 ‘나는 어떤 교사의 모습인가?’ 하는 질문을 매일 던집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처음 학교에 온 아이들에게 이제껏 배웠던 기본을 당연하게 요구하기보다 이곳에서 기본을 다시 세워갈 수 있도록 격려하며 이끌어주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말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수영 초보반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고 싶습니다. 한 영혼 한 영혼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각자의 상황에 맞는 지도를 해줄 수 있는 꼭 필요한 선생님, 내 마음을 다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편안한 
선생님, 신뢰와 안정감을 주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고 싶습니다.
 

교사, 부모 등의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배움을 받기도, 배움을 주기도 하는 어른이지만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려고 합니다.


‘나는 어떤 선생님 혹은 어떤 부모의 모습인가?’

 

댓글 3

수영을 통해 가르침을 받는 입장에서 느끼신 깊은 묵상의 글 감사합니다. 저도 선생님의 수영 초보반 선생님의 자세와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고 이끌어 주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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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1학년 안드레반의 선생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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