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동행

작은 선생님들 2017.04.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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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유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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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인 저는 매일 아침 학교에 갑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지도합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저에게도 선생님이 생겼습니다. 교실에 있는 ‘작은 선생님들’입니다. 저의 ‘작은 선생님’들은 제가 소중한 것을 잊고 있을 때 삶을 통해 저를 일깨워 줍니다.


  작은 선생님들을 통해 배운 것 하나는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한 아이가 교실에서 실수로 바지에 소변을 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이 일을 아무렇지 않은 일로 매듭 지으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다른 아이들이 이 아이를 창피하게 만들면 어떻게 하지?’하는 걱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한 아이가 먼저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라며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친구에게 먼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 아이 덕분에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었어.” “한 밤 자면 잊어버려.” 라고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친구들의 위로 덕에 환해지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제 마음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마음으로 같은 입장이 되어주는 작은 선생님들을 통해 저는 상대방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선생님들은 같은 입장이 되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배려하는 마음’이라 가르쳐 주었습니다.

 

  작은 선생님들을 통해 배운 또 다른 하나는 ‘섬김의 자세’입니다.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교실로 들어오다 복도에 쏟아져 있는 물을 보았습니다. 그 옆에는 넘어진 물병도 함께 있었습니다. 아마도 물을 마시려고 뚜껑을 열다가 쏟은 것 같은데, 물병의 주인은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닦지 말고 기다릴까? 아니면 내가 닦고 나중에 물어볼까?’ 하고 고민하면서 쏟아진 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아이가 복도를 지나가며 쏟아진 물을 보고 “어? 누가 물을 쏟았나봐. 휴지가 어디 있지? 닦아줘야겠다.” 라고 말하며 아무 말 없이 휴지를 가져다가 물을 닦았습니다. 순간 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자신이 한 일이 아님에도 쏟아진 물을 보자마자 당연하게 닦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겨 고민하던 저의 모습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휴지로 열심히 물을 닦는 아이 주변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몰려와 물 닦는 일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며, 섬김의 리더는 ‘닦으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닦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은 선생님들은 입을 먼저 여는 것보다 손을 먼저 움직이는 것이 ‘섬김의 자세’라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는 작은 선생님들을 통해 지금도 배우고 있는 학생입니다. 앞으로도 작은 선생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것입니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여는 저는, 행복한 기독교사입니다.

댓글 3

"배워서 남주냐?" 라고 말씀하시던 선생님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선생님들은 배워서 남주고 계시잖아요...." ^^ 이렇게 속으로 소심하게 따지곤 했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배려와 섬김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부모님과 선생님을 통해서 가장 쉽게 배울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작은 일을 통해서도 깨닫는 바가 많은 선생님이시라면 아이들에게 분명 좋은 영향력을 줄수 있을것 입니다.
아이들에게 조차 배워서 실천하시고 나눠주시는 새로남기독학교 선생님들을 통해 아이들이 영육간에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
"어린이는 어른의 어버이"라는 워즈워드의 시가 떠올려 집니다.
잠시후면
작은 선생님들이 큰 선생님으로,
배우는 선생님이 더 위대한 선생님이
될 것을 믿습니다.
댓글
작은 선생님과 또한 귀한 선생님.. 그리고 주님을 바라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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