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동행

글쓴이 신은정 교사

신은정.jpg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때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넋을 잃고 멈춰 설 때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감탄하게 되는 것은 하늘의 풍경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늘 하늘을 보며 살아왔음에도 어느 때 어느 순간 하늘을 보면 난생처음 본 것처럼 깊은 감동과 생경함을 느낀다는 것이 신기하게도 말입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늘색은 푸른 빛을 의미합니다. 태양 빛이 지구의 대기를 구성하고 있는 질소, 산소 등과 같은 기체 분자와 부딪치면서 여러 색깔로 분산되는데 이때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퍼지는 색깔의 빛이 파란색이나 보라색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늘이 늘 푸른 빛을 띠지는 않습니다. 해가 지고 뜨는 아침과 저녁에는 햇빛이 투과되어 오는 빛의 경로가 낮보다 훨씬 길어지게 되어 산란이 잘 되는 파란색은 이미 산란을 일으키고 사라져 버리고, 비교적 긴 파장 영역의 붉은색이 두꺼운 대기를 통과한 후 우리 눈앞에서 산란을 일으키며 붉은 노을 빛을 보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하늘이라는 공간에 빛의 산란이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하늘의 풍경은 어느 밤의 하늘이었습니다. 밤의 어두움을 과학적으로는 빛이 없는 상태라고 볼 때,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도 없는 그 밤의 하늘이 왜 저에게 그토록 인상적이었을까요?

 

  아직도 선명한 그날 밤은 제가 복음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던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바로 어제까지 그저 저 너머의 텅 빈 우주를 드러낼 뿐이었던 밤하늘이 처음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결코 내 힘으로 벗을 수 없어 죄로 인하여 죽을 수밖에 없는 나를 위해 예수님께서 오셔서 모든 죄를 대속하셨다는 것을 듣게 되었던 그 밤.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서 온 만물에 가득하셔서 온 세상으로 저를 품고 계심을 믿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날의 밤하늘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추운 겨울밤 하늘을 가득 채운 주님의 사랑이 별빛처럼 찬란하게 제 머리 위로 쏟아졌던, 뺨을 적시던 눈물도 시리지 않았던 그날 말입니다.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그날 밤의 하늘을 품 안 가득 안겨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작고 보잘것없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어떤 빛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주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우리들의 삶이 눈부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지친 일상을 돌이켜 눈부신 빛으로 채우시는 하나님의 하늘 안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댓글 1

하늘을 머리에 이고 지친 일상을 돌이켜 눈부신 빛으로 채우시는 하나님께 언제나 감사하며 저에게 하나님께서 저의 지친 일상을 눈부신 빛으로 채워 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우리 학교는 2주에 한 번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동아리에 가입하여 교과 시간엔 배우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체험합니다. 저는 '빅파이'라는 수학 동아리를 맡아 학생들과 함께 수학과 관련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희 동아리에선 학생들에게 다...

  • 45
  • 박세현 교사
  • 2022.07.08
하나님께서 만드신 교향곡

  요즘 9학년 음악 수업에서는 서양 음악사를 배우며 아이들과 함께 그 시대의 대표 작곡가의 음악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교향곡을 감상하고 난 뒤 한 학생이 말하였습니다. "우와! 음악가들은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멋진 음악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학생의 말을 듣고 나니 문득, 작...

  • 44
  • 황수엘 교사
  • 2022.06.24
우리를 향한 수많은 조개껍데기의 길

  어느 날 갑자기 딸아이가 영화를 보자고 했다. 영화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직 보지 않았던 영화라 휴일에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도리를 찾아서'를 시청했다.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물고기 '도리'가 어느 날 자신이 부모님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기억해 내며 자신의 부모님을 찾아 떠나는 스펙터클한 ...

  • 43
  • 이경미 교사
  • 2022.06.10
나의 기쁨

  벌써 가정의 달인 5월의 절반이 훌쩍 지나는 오늘, 돌아보니 유난히 반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따스하고 저를 교사의 자리에 있게 해준 특별한 이유가 되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저는 고등학교 10학년 에스라반 담임교사입니다. 수학 과목을 가르치는 시간보다 더 많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바로 아침 큐티 시...

  • 42
  • 권효정 교사
  • 2022.05.17
스승의 날 편지

  편지를 읽기 전에, 오늘 이 자리에 모여주신 모든 선생님께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저희가 만난 선생님은 자신만 생각하는 우리가 아닌, 친구와 이웃을 위해 섬길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공부에 대한 가르침뿐만 아니라 꿈과 신앙을 위한 가르침도 주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자신만을 위한 ...

  • 41
  • 이주환 학생
  • 202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