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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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함요한 교사

함요한.jpg채 방학의 기억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피부에 차가운 바람이 닿는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라는 말에 감화된 덕인지 가을이 되면 국어를 가르치는 제게 좋은 시나 책을 추천해달라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분명 가볍게 던진 질문일 텐데 가볍게 답변할 순 없어 난처할 때가 많습니다. 학생에게 책을 읽으려는 흥미가 생겼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지만, 덜컥 추천한 책이 그나마 생긴 흥미까지 꺾어버릴까 하는 걱정때문입니다. 그래서 읽기 쉽고 재밌으면서도 울림이 있는 작품을 찾아 추천하려고 적잖이 애를 쓰곤 합니다. 그렇게 찾은 시를 한 편 소개할까 합니다.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정현종     

 

 

                                 그래도 살아 봐야지

                                  너도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 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여러분은 공놀이를 좋아하시나요? 학창 시절 가장 기대되는 학교 행사를 고르라고 하면 전 항상 망설임 없이 체육대회라고 할 만큼 운동을 좋아했습니다.(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공으로 하는 모든 운동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습니다. 오늘 소개한 시를 쓴 정현종 시인도 아마 저처럼 공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시인은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리에게 '공이 되자'고 이야기합니다. 시인이 공이 되자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공이 갖는 세 가지 속성 때문입니다. 시인은 공이 '떨어져도 다시 튀어 오르고, 쓰러지는 법이 없으며, 곧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의 삶도 이 '공'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관계의 문제, 학업의 문제, 진로의 문제 등 시시각각 일어나는 상황들 속에서 쉽게 주저앉곤 합니다. 때론 그 상황 가운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여전히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보기를 소망합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하셨고 전도 여행길에 오른 바울과 함께하셨던 주님께서 느껴지지 않고 보이지 않을지라도 지금도 함께하고 계심을 기억하는 삶, 그렇게 날마다 새로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힘입어 '공'처럼 다시 튀어 오르고, 결코 하나님의 제자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며, 언제든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준비된 제자로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 (빌4:1)

 

 

  우리를 어려움에서 건져낼 힘은 지금도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께서만 남을 고백합니다. 바쁘게 지나갈 이번 학기 역시 많은 어려움이 생기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우리의 모든 쓸 것을 채우실 주님을 기대하며 딛고 있는 어려움을 박차고 일어날 수 있는 '공'과 같은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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