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동행

글쓴이 함요한 교사

함요한.jpg

  지겹던 비가 그치고 아침, 저녁으로는 옷을 여며야 하는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더불어 2학기가 시작한 지도 어느덧 4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개학 후 학교의 모두가 바쁘게 지내고 있는 이 시점에 여러분은 학기 초 세웠던 목표를 향해 지금을 행복하게 잘 보내고 계신가요?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많은 목표를 세우곤 합니다. 한 해를 시작할 때 모두에 게 평생의 숙제라는 다이어트를 목표로 세우기도 하고, 한 학기를 시작할 때엔 더 열심히 살기 위해 성적 향상 등의 목표를 세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우리 삶의 이정표가 되고 우리는 그 목표를 따라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가 세우는 모든 목표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목표가 늘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 우리의 모습이 늘 목표에 못 미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목표만을 바라보고 살 때 지금의 삶에 만족하기 더 어려워지고 그러다 보면 지금 행복한 일에도 소홀해지게 되곤 합니다.

 

  저는 지난 주에 한 학생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학교생활은 어떻냐는 제 질문에 그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지금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면 나중에 많이 아쉬울 것 같고 그래서 지금을 더 행복하게 즐기고 싶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학생의 말을 듣고 저는 지금 놓치고 있는 행복한 일들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매일 만나는 수업에서 늘 웃음으로 대해주는 학생들, 선생님들과 웃으며 함께하는 티타임, ·퇴근길 맞이하는 좋은 날씨와 같이 생각해보면 행복한 일들이 정말 많았는데 무언가를 향해 살다 보니 그 행복들을 놓치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잠에 들기 전 그 날 행복했던 일이 무엇이 있는지를 꼭 돌아보고 잠에 들 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2학기를 시작하고 바쁜 지금, 더 바빠질 시간을 앞두고 우리는 주님께서 지금 우리에게 허락해주신 많은 행복들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학기는 새로남 기독학교의 학생, 선생님들 모두 지금의 행복을 누리며 목표를 이뤄나가는 보람찬 학기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고민을 했던 정현종 시인의 시를 한 편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댓글 0

하나님께서 만드신 교향곡

  요즘 9학년 음악 수업에서는 서양 음악사를 배우며 아이들과 함께 그 시대의 대표 작곡가의 음악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교향곡을 감상하고 난 뒤 한 학생이 말하였습니다. "우와! 음악가들은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멋진 음악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학생의 말을 듣고 나니 문득, 작...

  • 44
  • 황수엘 교사
  • 2022.06.24
우리를 향한 수많은 조개껍데기의 길

  어느 날 갑자기 딸아이가 영화를 보자고 했다. 영화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직 보지 않았던 영화라 휴일에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도리를 찾아서'를 시청했다.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물고기 '도리'가 어느 날 자신이 부모님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기억해 내며 자신의 부모님을 찾아 떠나는 스펙터클한 ...

  • 43
  • 이경미 교사
  • 2022.06.10
나의 기쁨

  벌써 가정의 달인 5월의 절반이 훌쩍 지나는 오늘, 돌아보니 유난히 반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따스하고 저를 교사의 자리에 있게 해준 특별한 이유가 되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저는 고등학교 10학년 에스라반 담임교사입니다. 수학 과목을 가르치는 시간보다 더 많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바로 아침 큐티 시...

  • 42
  • 권효정 교사
  • 2022.05.17
스승의 날 편지

  편지를 읽기 전에, 오늘 이 자리에 모여주신 모든 선생님께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저희가 만난 선생님은 자신만 생각하는 우리가 아닌, 친구와 이웃을 위해 섬길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공부에 대한 가르침뿐만 아니라 꿈과 신앙을 위한 가르침도 주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자신만을 위한 ...

  • 41
  • 이주환 학생
  • 2022.05.16
선택

  많은 사람들은 인생을 살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내일 일을 걱정하고 근심에 쌓여서 살아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걱정으로 변하는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근심과 걱정을 하나님께 맡기고 산다는 것이 진정한 샬롬의 평화를 불러옵니다. 엄마 ...

  • 40
  • 박정수 교사
  • 2022.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