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동행

글쓴이 이항경 교사(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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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민들레는 잡초 아니에요? 왜 사람들은 민들레를 키워요?”
수학여행 도중에 한 아이가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며 질문해 왔다. “민들레는 잡초가 아니라 들꽃이야. 들에서 피는 아름다운 꽃.”
들꽃과 잡초는 사람들이 그 꽃에 관심을 가지고 이름을 붙여 주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결정된다. 아이들도 그렇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은 모두가 사랑하는 그런 들꽃으로 성장하게 된다.

 

광화문을 지나가다 보면 나태주의 ‘풀꽃’이라는 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무엇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이런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이 부모와 교사의 무신경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시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의 이야기를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미안한 마음이다.

 

얼마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 박사가 산문집을 펴냈다. 자신보다 일찍 세상을 떠난 딸 고(故) 이민아 목사의 3주기를 기념하여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라는 제목의 책이다. 거기에는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회한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딸과의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책 곳곳에 절절이 담겨 있다. 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싶어 방에 찾아온 아이의 노크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 초등학생인 딸이 불면증을 겪고, 집에 있는 술 한잔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과 그 미안한 마음을 평생 지우지 못할 듯하다는 그의 말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한 아이의 작은 신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교사인데 혹시나 아이의 이야기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아야겠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꽃이 되면 좋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김연아나 반기문 총장처럼 세계적으로 이름을 빛내서 나를 찾아와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떤 모양의 꽃이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어 줄 그런 따뜻한 꽃이 되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마다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위로를 얻고, 힘을 얻게 되는 그런 품격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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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간증을 통해서 부모된 저의 마음에도 아이들을 이해 해줄 수 있는 다른 시각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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