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동행

물고기 굽는 선생님 2020.05.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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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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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아무리 많이 해도 답을 하지 않는 아이, 마음의 문을 꼭 닫고 아무리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 아이, 열 번을 이야기한 것 같은데 한 번도 듣지 못한 것처럼 바라보는 아이. 코로나로 인해 이제 막 등교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몇몇 아이들과의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씨름을 예상하면서 벌써 지치고 마음이 흔들리는 저를 봅니다.

 

 

잠시 예수님과 제자들을 떠올려봅니다. 3년 동안 매일 제자들과 먹고, 자고, 걷고, 산을 오르고, 바다를 건너고, 끊임없이 가르치고, 질문하면 다시 설명하고, 기다리고, 때로는 책망도 하지만 또다시 기회를 주고, 세상에 남겨질 제자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셨던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그런 예수님 앞에 서면, 한없이 부족하고 연약한 저를 발견합니다. “제가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끝까지 예수님을 따라갈 겁니다!”라고 호언장담하던 베드로처럼 예수님, 제게 맡겨주신 어린 영혼들을 예수님처럼 끝까지 사랑할 겁니다!”라고 자신하던 교만한 저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대제사장의 집 문밖에서 두려움에 떨며 나는 그를 도무지 알지 못하노라.”라고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던 베드로의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예수님의 사랑의 손길이 저를 일으켜 세웁니다. 밤새 물고기를 잡으며 몸과 마음이 지친 베드로에게 손수 물고기를 구워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셨던 예수님의 한없이 넓은 가슴에 저도 잠시 기대봅니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내 어린양을 먹이라.”라고 말씀하시며 다시금 사람을 낚는 어부의 사명을 감당하게 하신 예수님이 마치 저에게도 괜찮아, 혜숙아. 다시 힘을 내서 내가 사랑하는 어린아이들을 나처럼 끝까지 사랑해주렴.”이라고 말씀해 주시는 듯합니다.

 

 

물고기 굽는 선생님, 예수님을 매일 조금이나마 닮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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