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동행
참사랑 2024.10.25 10:58
글쓴이 | 함요한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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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년 이맘때면 교내 토론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책을 선정합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의미 있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을 고르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 책을 두고 고민하던 끝에 고른 올해 8학년의 토론 대상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입니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라는 괴팍한 문장으로 시작해, 혐오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곤충의 모습과 행동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이 소설을 읽다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이 불쾌함을 참으면, 이윽고 허황되어만 보이는 이 설정 가운데에서 가족과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불쾌한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곤충이 되기 전, 그레고르 잠자는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결근하지 않으며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밤낮으로 분투하는 성실한 가장이자 아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레고르의 헌신 아래 가족들도 그레고르에게 감사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믿고 싶지 않은 아침을 마주하기 전까지는요. ‘흉측한 모습으로 변한 그레고르를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고민도 잠시, 곧장 가족들이 마주한 현실은 당장 생계를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일자리를 구하고, 자연스레 혐오와 안타까움이 뒤섞인 그레고르에 대한 가족의 관심조차 멎어 갑니다. 그리고 생계를 위해 받은 하숙생들이 그레고르를 발견하고 월세의 환불과 손해배상을 요구하게 되었을 때, 가족들은 애써 외면하던 그레고르에 대한 혐오감을 마침내 분출해도 됨을 알고, 그레고르를 방에 가두게 됩니다. 별 도리 없이 그레고르는 죽고, 가족들은 잠시 애도의 시간을 가진 뒤 함께 휴가를 떠납니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었을 때 '가족들이 보이는 사랑이 너무 얄팍하다.', '어떻게 저럴 수 있냐 그래도 가족인데!'라 비판하고 끝내기엔 씁쓸함이 남습니다. 가족들의 그레고르에 대한 사랑 앞에 ‘돈을 잘 벌어다주는’, ‘책임감을 다하는’, ‘우리를 위해 노력하는’의 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의 모습은 예수님을 믿지 않는 누구보다도 ‘사랑’을 많이 배우고, 조건 없는 ‘사랑’을 선포하면서도 내 기준에 어긋나면 빠르게 미워하는, 연약하기 짝이 없는 제 사랑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따라가야 할 예수님의 참사랑은 무엇일까요? 우리 모두 잘 알 듯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것은 우리의 ‘어떠함’ 때문이 아닙니다. ‘공부를 잘해서, 착해서, 친절해서, 성실해서, 잘생겨서, 돈이 많아서, 사회적으로 성공해서’가 아닙니다. 조건 없이 우리를 사랑하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 사랑을 따라가는 우리도 그렇게 사랑해야 합니다. 타인의 생각과 행동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때론 나를 억울하고 화나게 한다고 해서, 사랑하기를 포기해선 안 됩니다. 나에게 유익함이 없는 ‘벌레’처럼 느낀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을 멈추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은 사랑이지, 미워함이 아닙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부디 우리 학교가 누구도 방에 갇히지 않는,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공동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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