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동행

모든 것 2024.09.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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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장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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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손히 내 마음 드립니다. 나의 모든 것 받으소서.’

 

  얼마 전 주일 예배에서 고백했던 찬양의 가사입니다. 평소 같으면 부르고 그냥 지나쳤을 가사가 유독 그 예배의 자리에서는 마음에 남아 자꾸만 곱씹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저 온순한 마음의 모양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 내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겸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본질은 모양이 아닌 내용이라는 상식적인 사실이 겉모습만을 하나님께 가지고 나아갔던 제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잘한 것으로 하나님 앞에 떳떳한 모습으로만 나아가며 관계 맺으려 했던, 죄 가운데 있을 때 입술로는 주님을 외치지만 애통하는 마음으로 죄를 고백하며 진정한 회개의 자리로 나아가기는 꺼려했던 아주 교만한 자칭 그리스도인이 보였습니다.

 

  좋은 모습만 가지고 하나님 앞에 서서 당당하게 그분의 얼굴을 마주하고자 하는 것과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더러운 죄와 밑바닥까지도 있는 그대로 가지고 나아가 이것마저도 용납하시는 크신 사랑을 경험하는 것 중 어떤 것이 겸손히 마음을 드리는 것일까요?

 

  다른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내어 보일만 한 그럴듯한 아주 일부분인 제 모습에, 부끄러워 고개조차 들 수 없는 연약한 모습까지 더해야 진짜 나의 모든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심으로 그 모든 것을 받으신다는 의지를 우리에게 보이셨습니다. 매일 실패하고 넘어지는 일상 가운데서도 하나님께 우리의 상한 마음을 드리는 것이 가능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모든 새로남기독학교 학생 여러분,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신다는 상식적이지는 않지만 명백한 이 사실이 죄인된 모습을 가지고도 그 분 앞에 설 수 있게 하는 능력입다. 결코 우리의 어떠함에 기인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불안하여 하나님께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우리의 어떠함이 있다면 그것까지도 하나님께 가지고 나아가 참된 평안과 기쁨을 누리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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