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동행

글쓴이 손홍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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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월 카타르에서 최초로 겨울 월드컵이 열렸습니다.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월드컵이 무사히 마쳤고, 우리나라는 12년만에 16강에 진출하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우리는 이 경기를 보며 내가 뛰는 것이 아닌데도 울고 웃으며 함께 응원하고 선수가 골을 넣거나 실수하는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 환호하며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흥분하여 경기를 지켜보는데 직접 뛰는 선수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이번 월드컵에서도 어떤 선수는 평생의 소원이었던 월드컵에 참여한 것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어떤 선수는 경기에 져서 화가 너무 난 나머지 선수 대기석을 부수기도 했습니다. 심판에게 화를 내다가 퇴장을 당하기도 했고 다리에 쥐가 나도 일어서고, 뼈가 부러져도 수술을 받고 마스크를 한 뒤 뛰었습니다. 자신의 국가를 대표하여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에게는 그 누구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겁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자기 몸을 내던져서라도 반드시 승리하고 싶었을 겁니다.

 

 

이러한 선수들의 승부욕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었는데 우루과이의 수아레즈라는 선수에게 골을 먹혀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을 이기고 올라간 8강에서 만난 팀은 가나였는데요, 신기하게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H조에서 우루과이, 가나, 대한민국이 함께 만났습니다.

2010년 당시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 가나가 8강에서 만나 경기한 양 팀 점수는 11. 경기가 전반, 후반전에도 승부가 결정되지 않아 돌입한 연장전도 후반 15분까지 시간을 다 쓴 상황이었습니다. 거의 종료 시점을 앞두고 가나는 프리킥 찬스를 얻습니다. 문전을 향해 올라온 볼을 페르난도 무슬레라 골키퍼가 걷어냈고 혼전 상황에서 가나의 도미니크 아디이아의 머리 앞으로 떨어졌고 아디이아는 혼신의 힘을 다해 헤더로 연결했습니다. 시간상 아디이아의 헤더 골이 들어가면 우루과이는 바로 패배할 절체절명의 상황이었고, 골대 앞에 서 있던 수아레스가 도저히 헤더로 막을 수 없는 궤도였습니다. 이에 수아레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움직여 슈팅을 막았습니다. 당연히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며 수아레스를 퇴장시켰고 가나에게 페널티킥을 줬습니다.

키커로 나선 아사모아 기안의 페널티킥은 크로스바를 때리며 빗나갔습니다. 울먹이며 퇴장당하던 수아레스는 환호성을 지르며 질주했고, 결국 우루과이는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가나를 4:2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이 사건은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많은 논란을 만들었습니다. 축구 경기에서 허용되지 않는 손을 사용한 고의적인 골텐딩 파울로 퇴장을 당하고 패널티킥을 내준 수아레스. 어떤 이들은 경기 종료 직전이었기 때문에 그의 퇴장은 큰 의미가 없었고, 원래 들어가야 했을 골이 패널티킥으로 바뀐 것에 대해 수아레스를 비신사적이며 스포츠맨십이 없는 선수라고 비난했습니다. 반면 반대 입장에서는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처벌을 받더라도 손을 써서 막아야 했습니다. 결국 우루과이에서 수아레스는 4강으로 이끈 영웅이 되었고, 가나에서는 국민의 적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수아레스의 상황이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혹 체육 교사라면 이를 어떻게 가르쳐야겠습니까?

 

 

과거에는 스포츠 규칙이 규범윤리와 사회계약에 연관이 있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현대의 스포츠는 승리와 시장의 규범이 지배적 가치관으로 등장함에 따라 스포츠 협회와 시장 논리에 유익을 주는 것이라면 규칙을 변경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결국 규칙은 기술적인 지침에 지나지 않으며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규칙 위반이 정당화되는 분위기에 이르렀습니다. 스포츠의 본래 가치인 정정당당한 대결, 스포츠맨십보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 맹목적 애국주의가 허용되고 주된 가치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본래의 가치가 세상의 문화에 변질되어가는 것은 스포츠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월드컵을 보면서 지난 가을 월드컵 만큼이나 열기가 뜨거웠던 우리 학교 운동회가 생각났습니다. 청팀 백팀을 나눠서 다른 반, 다른 학년, 다른 클래스, 다른 성별 상관없이 한 팀이 되어 서로를 응원하고 심지어는 상대편도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리가 중심인 세상의 가치로써 본다면 이것은 이상한 모습이 분명합니다. 운동회에는 분명히 승리 팀에게 주어지는 점수가 있었지만 이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각자 최선을 다해서 경기하고, 서로 열심히 한 상대편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적으로 만났지만, 다 같은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승패와 상관없이 좋은 스포츠맨십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되 상대방을 존중하며 배려하고 섬길 줄 아는 모습이 스포츠에서 기독의 인성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11:6)

 

 

 

 

우리의 목적은 세상이 원하는 승리의 가치보다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뛰노는 나라, 하나님 나라의 완성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땅 가운데 펼쳐질 주님의 나라와 그분의 역사하심을 믿습니다. 밀려드는 세상의 가치관 속에서 아이들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더욱더 주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 분별하길 원합니다. 주님께서 우리 자녀들을 지키시며, 세상에 맞서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믿음의 국가대표 선수로 세우시기를 기도하고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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