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말 2학년 아이들과 함께 계족산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대전에서 오르는 첫 산행이라 설레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신나고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저는 마음이 들떠 있었습니다. 체험학습과 활동으로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느낄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는 자연을 참 좋아합니다. 하나님이 만드시고 통치하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하나님의 선하심과 아름다움을 묵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아이들도 산이라는 공간과 체험을 통해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길 원했습니다.

"Your eyes will behold the King in his beauty, they will see a land that stretches far.”(Isaiah 33:17)

하지만 이제 9살 된 아이들에게는 산을 타는 것이 쉽지도 재밌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그런 창조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이었고, 산이 높거나 힘든 코스는 아니었지만 산행을 하면서 힘들어하고 불평하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중간 지점에 왔을 때, 힘들어서 못갈거 같은 아이, 금방이라도 주저 앉으려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몇몇 아이들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서, 아이들 가방을 몇 개 들어주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아이들에게 미리 약속을 받았습니다. “너무 힘들어 보여서 선생님이 5분만 가방을 들어줄테니, 그 동안 쉬고 다시 가방을 들자”고.

그렇게 몇명 아이들의 가방을 들어주었더니 몸이 가벼워진 아이들의 마음에 등산의 행복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힘들어하는 친구들 가방을 한 두개씩 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가방을 들면 쉽게 지칠수 있어서 다시 각자의 가방을 들도록 말렸습니다. 그때 아이들이 정말 잘 보고 배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힘든 학생들의 가방을 들어주니깐 그 전까지는 서로 무관심하던 아이들이 저의 모습을 보고 자기도 도와주겠다고 나선 겁니다.

제가 물어봤습니다. “힘들지 않니?”, “왜 가방을 들어 주는거야?” 그러자 아이들의 대답이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갑자기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하나님의 그 아이들의 마음을 만져주시고 일으켜 주신 것입니다. 아이들은 순수한 마음을 가졌기에 어른의 행동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고 배웁니다. 특별히 부모님과 담임 선생님 같이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대상이라면 더 그렇겠죠.

돌이켜보면 제가 아이들에게 특별하게 잘 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항상 아이들을 사랑과 진심으로 존중하며 대하려고 노력하고 기도합니다. 아이들이 그런 저의 마음을 아는지 저를 자주 따라 합니다. 제가 가려고 하는 곳에 함께 가려고 하고, 제가 하는 것을 따라하려고 합니다. 교사로서만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저의 대한 궁금증과 관심이 많다는 것을 세삼스레 느끼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교사로서 함께 하는 이 순간이 너무 설레고 기쁘고 또한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교사의 직분을 허락받은 자로서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과 좋은 배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해야 할 것 같고,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 주려고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양들을 양육하는 교사의 신분으로 마음과 자리를 잘 지키고 아이들과 함께 동행하는 기쁨을 아이들과 함께 누리는게 요즘 제게 허락하신 마음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

하나님은 다음세대를 일으키고 계십니다. 이제는 다음세대라는 표현보다 지금세대 지금 하나님이 일으켜가고 있는 아이들을 교사로서, 부모로서, 신앙의 선배로서 사랑으로 모두가 함께 협력해서 하나님의 선한 뜻과 일을 이루어나가길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