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동행

우연이 아니다 2022.09.2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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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Chris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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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남기독학교 시몬반 교사로 부름을 받고 첫 학기를 마치고 새학기를 맞았습니다. 지난 학기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저는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마 소감치고는 조금 소박하다고 생각하거나 의아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소감을 묻는다면 감사하다,’ ‘보람되었다같은 덕담들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저에게도 그러한 감사와 보람 그리고 즐거움이 분명히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주님께서 허락하신 이 교육 공동체 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앞으로의 나날들에 대한 설렘이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설렘과 즐거움도 있지만 불편함과 적응을 위한 시간도 분명 필요합니다. 특히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고 경험이 늘어나다 보면 설렘보다는 불편함이 더 커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불편함은 불쾌한 감정이라기보다는 내가 익숙한 것에서 멀어져서 혼자가 된 것 같은 기분, 내가 이제껏 공들여 쌓은 모래성을 무너뜨리고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는 막막함,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약간은 모호한, 설렘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감정과 함께 첫 학기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학생들의 진로지도를 위해 입시 상담과 에세이 첨삭, 자소서 작성 등으로 하루하루 너무나 분주하게 보냈었는데, 일 년 새 제 삶은 아주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이제는 대학이나 성적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좀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동료 교사들과 함께 더 나은 기독 교육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됐습니다.

나 스스로 할 때는 때로는 형식적으로 임했던 QT시간을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예수님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기 위한 시간으로 보내고자 더욱 겸손히 준비하게 되고 기도로, 무릎으로 나아가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새로운 일들을 해나가는 모든 과정에서 저는 너무나 평안했고 기쁜 마음을 많이 누렸던 것 같습니다.

새롭고 처음 하는 일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 불편함보다 감사와 기쁨이 더 컸던 이유는 바로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확신이 제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하나님은 늘 한결같은 분이셨습니다. 그 순간에는 잘 느끼거나 깨닫지 못했던 것이 세월이 지나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고 은혜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느꼈던 충격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는 계기가 됐고 그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영어를 더 공부하고 다른 친구들을 가르치면서 영어 교사에 대한 꿈을 꿨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님께서 주신 꿈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서 기독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면서는 기독교 교육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는 유럽의 여러 선교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영어교육이 선교의 도구로써 얼마나 크게 쓰임 받고 있는지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실제로 행한 모든 것들이 그땐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기독교사로 쓰임 받는데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던 것입니다.

지난 학교에서의 사역을 마치고 새로남기독학교로 오게 될 때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말씀은 여호수아 233절 말씀입니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 모든 나라에 행하신 일을 너희가 다 보았거니와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 그는 너희를 위하여 싸우신 이시니라

”It is the Lord your God who has fought for you.”

 

 

인생의 한 장면만 보자면 그때 정말 치열하게 임했고, 내가 정말 노력해서 얻은 결과처럼 보이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한 발치 멀리서 그것을 보면 내가 아닌 나를 위해 싸우신 하나님이 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기독 교사가 되길 다짐하고, 이후 영어 교사와 대학 상담사로서 지식과 경험을 늘려오면서, 그 당시에는 내가 해낸 것 같았던 일들이 지나 보니 제가 한 것이 단 하나도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지나온 제 모든 삶의 결이 단 하나도 헛된 것 없이 하나님께서 인도하고 계셨음을, 그 순간순간마다 내 판단이 미숙했던 것이지 하나님께서는 늘 역사하고 인도해주시는 분이셨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제가 새로남기독학교에 부르심을 받은 것 또한 결코 그냥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제 안에 있는 것입니다. 지난 세월 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 위에 어떠한 은혜로 또 덧입혀 주시고 나를 이곳에서 사용하실지, 그 기대가 저를 더욱더 노력하는 교사로 만듭니다.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시며,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내 삶의 변화는 하나님의 의도이고 인도하심입니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고 가치가 없어 보이는 작은 일일지라도, 단 하나도 그냥 일어나는 것은 없습니다. 떨어지는 낙엽과 공중을 나는 새, 흩날리는 풀꽃에도 사연이 있을진대 하나님께서 자기 아들을 내어 그 목숨값으로 삶을 얻을 우리들의 인생이 그냥 왔다 가는 것으로 생각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고백하길 원합니다. 내 삶의 지금은 우연이 아니라고. 하나님께서 눈동자처럼 나를 지켜보고 계시고 함께 해 주신다고. 그렇기에 오늘도 웃을 수 있고 설렘과 기대함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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