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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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1학년 아이들이 영어수업시간에 레벨 테스트를 하러 도서관에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학생과 선생님이 1:1로 테스트를 하는 동안, 나머지 아이들은 영어 책을 읽으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곤 하지요.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말만 소곤소곤 말하라고 가르치는데, 아무래도 1학년 아이들은 도서관 규칙이 몸에 배지 않아서 금세 와글와글 떠들게 되곤 합니다.

특히, 그림책 책장에 있는 친구들은 머리를 맞대고 그림책을 보면서 웃고 떠들기 바쁘지요. 그럼 저도 덩달아서 아이들을 쫒아 다니며 얘들아, !”하고 주의를 주느라 바빠집니다.

그날도 그림책 책장에 모인 아이들이 도서관 규칙을 잊고 재잘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림책을 정리하러 가는 김에,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다가 다시 조용히 책을 보는 한 아이에게 가서 작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떠들면 안 돼요. 조용히 책을 봐야해요.”

 

선생님, 저 안 떠들었어요. 저 말고 쟤네들끼리 얘기한 거예요. 저는 여기서 계속 책만 읽었는데요?”

 

알고 봤더니 제가 떠들던 아이들이 아닌 옆에 있기만 했던 아이를 보고 착각해서 잘못 주의를 준 것이었습니다. 결백한 표정의 아이에게 선생님이 잘못 봤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고도 민망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데 몇 분 뒤, 그 아이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선생님, 영어책이 찢어져있어요. 고쳐주세요

 

저는 미안한 마음에 얼른 고쳐주겠다고, 잠깐 다른 책 보고 있으라고 하고 아이를 돌려보냈습니다. 찢어진 책장을 붙이고 아이를 부르려니 작게 이름을 불러도 들리지 않을 먼 곳에 있어서, 근처에 있던 다른 학생에게 그 학생을 좀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신이 나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선생님, 전 역시 어른들하고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방금 친구가 도서관 선생님이 저 부른다고 했는데 왠지 책이 고쳐졌다고 말할 것 같은 거예요. 근데 역시 제 생각이 맞았어요!”

 

역시 전 어른들하고 잘 통해요!”

 

자신의 생각이 맞은 게 무척 즐거웠는지, 다시 한 번 더 말하고 책을 가지고 돌아갔습니다. 아까 전에 저한테 혼나서 억울했던 마음은 싹 잊어버린 것 같았지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귀여운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저는 우리 학교에 2017년에 와서 올해로 4년째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린이를 일상에서 대해 본 적이 없어서 처음 학교에 왔을 때는 이런 저런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특히 머리로만 배운 사랑을 마음으로 옮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영 무뚝뚝한 사서 선생님이었지요.

그런 저에게 예수님은 아이들의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와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지, 또 예수님께 배운 사랑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고전13:1-2

 

 

아이들로 인하여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가득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이 말씀이 언제나 제 안에 살아 숨쉬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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